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 들면 대부분 ‘정상’으로 나타납니다. 혈압도, 공복혈당도, 간수치도 기준 안에 있고, 몸 어디도 아프거나 붓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아픈 데가 없으니, 몸 안도 조용하겠지.“
많은 분들이 이 지점에서 안심하고 결과지를 서랍에 넣습니다. 그런데 기본 건강검진에는 몸속의 낮은 수준 염증을 직접 확인하는 검사가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상이 없다는 것과 염증이 없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아프지도 붓지도 않으면서 낮은 수준으로 오랫동안 지속되는 염증이 있습니다. 바로 ‘저등급 만성염증(low-grade chronic inflammation)’입니다.
심혈관질환, 제2형 당뇨병, 비만, 만성콩팥병, 지방간질환, 일부 암과 신경퇴행성 질환 등 여러 만성질환에서 저등급 만성염증이 공통적인 병태생리 경로 중 하나로 관찰됩니다 (Furman et al., 2019; Cifuentes et al., 2025).
그렇다고 “만성염증 하나가 모든 만성질환의 원인”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유전, 혈압, 혈당, LDL 콜레스테롤, 흡연, 비만, 환경 노출 등 여러 위험요인과 함께 염증이 질환의 발생과 진행을 연결하고 증폭시키는 중요한 경로 가운데 하나라는 의미입니다. 다행히 이 염증에 영향을 주는 요인 가운데 상당수는 생활 속에서 바꿀 수 있습니다 (Giglione et al., 2026; Franceschi et al., 2025).
이 글에서는 염증이 우리 몸에 유익한지 해로운지에서 출발해, 염증이 왜 꺼지지 않는지, 그 불씨는 어디서 오는지, 어떤 장기에 문제를 일으키는지, 그리고 생활습관을 통해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를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이 글의 핵심
염증은 우리 몸을 지키는 필수 반응입니다. 문제는 필요가 끝났는데도 꺼지지 않고 낮은 수준으로 수년간 이어지는 ‘저등급 만성염증’입니다.
이 염증은 불씨가 계속 공급되고, 불을 끄는 해소 과정까지 고장 나면서 생깁니다. 불씨는 내장지방, 식단, 장 건강, 흡연, 수면 부족, 만성 스트레스, 과음, 노화 등에서 옵니다.
저등급 만성염증은 심혈관질환, 당뇨병, 지방간, 퇴행성뇌질환, 암 등 여러 만성질환의 진행에 관여합니다.
줄이는 방법의 핵심은 특정 음식이나 영양제가 아닙니다. 식사 패턴, 내장지방 감소, 운동, 수면, 금연절주가 핵심이며, hs-CRP 수치는 혈압·혈당·콜레스테롤과 함께 해석해야 합니다.
목차
염증은 우리 몸에 유익할까, 해로울까?
만성염증은 왜 생기고, 왜 꺼지지 않을까?
불씨는 어디서 오는가: 주요 요인
만성염증은 어디에서 문제를 일으킬까?
만성염증, 어떻게 줄일까?
결론: 가장 중요한 메시지
1. 염증 우리 몸에 유익할까, 해로울까?
우리 몸에는 외부 침입자와 싸우는 군대가 있습니다. 바로 면역계(Immune System)입니다. 면역세포와 항체 같은 단백질로 이루어진 이 군대는 병원체를 제거하고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는데, 염증은 그 방어 작전의 핵심입니다 (Medzhitov, 2008).
칼에 손가락을 베이거나, 손목을 접질리거나, 벌에 쏘였을 때 그 부위가 붉게 붓고 열이 나며 아픈 것은 피부 아래에서 염증 반응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감기나 폐렴에 걸렸을 때도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같은 방어 반응이 일어납니다.
원인이 사라지면 염증 반응도 점차 가라앉고 조직은 복구 단계로 넘어갑니다 (van de Vyver, 2023).
즉 건강한 염증은 켜짐 → 원인 제거 → 염증 해소와 조직 복구라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건강한 염증에서는 염증을 시작하는 과정과 이를 해소하고 조직을 복구하는 과정이 한 쌍으로 움직입니다
반면 만성염증은 염증을 일으킨 원인이 지속되거나, 면역조절이 잘못되거나, 염증을 해소하는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오랫동안 이어지는 염증입니다.
크게 세 가지 경우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① 원인이 사라지지 않는 경우: 만성 C형 간염처럼 병원체나 자극 물질이 계속 남아 몸이 이를 제거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Cifuentes et al., 2025).
② 면역계가 잘못된 대상을 공격하는 경우: 실제 위협이 없는데도 면역계가 자신의 조직을 공격합니다. 류마티스관절염, 루푸스, 건선, 염증성 장질환 같은 자가면역·면역매개 질환이 대표적입니다.
③ 저등급 만성염증: 뚜렷한 감염이나 심한 증상 없이 비교적 낮은 강도로 수년간 이어지는 염증입니다. 이 글이 주로 다루는 대상입니다.
의학 문헌에서는 저등급 만성염증을 몇 가지 특징으로 설명합니다.
증상이 두드러지지 않는 저등급(low-grade, subclinical),
많은 경우 뚜렷한 감염 없이 발생하는 무균성(sterile),
쉽게 해소되지 않는 지속성(persistent),
특정 장기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조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신성(systemic) (van de Vyver, 2023).
여기에 영양 과잉과 대사 이상이 이 염증을 키울 때는 ‘대사성 염증(metaflammation)’이라고도 부릅니다 (van de Vyver, 2023) (BOX1).
그렇다면 염증은 우리 몸에 유익할까요? 아니면 해로울까요? 정답은 둘 다입니다.
급성 염증은 생존에 꼭 필요한 반응입니다. 문제는 필요가 끝났는데도 꺼지지 않는 염증입니다. 이런 저등급 만성염증이 앞에서 말한 여러 만성질환의 발생과 진행에 관여합니다 (Furman et al., 2019).
전신 염증을 확인할 때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혈액검사는 ‘C-반응단백(CRP)’입니다. CRP는 IL-6 같은 염증 신호에 반응해 주로 간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로, 전신 염증을 반영하는 민감한 지표입니다 (Cifuentes et al., 2025).
그러나 CRP 자체는 혈관을 직접 손상시키는 주된 원인 물질이 아닙니다.
CRP를 높이는 유전 변이는 관상동맥질환 위험 증가와 뚜렷한 인과관계를 보이지 않았던 반면 (Zacho et al., 2008; CCGC, 2011), IL-1β와 IL-6 같은 상위 염증 신호는 죽상경화증의 실제 병태생리에 관여합니다 (IL6R MR Consortium, 2012; Mensah et al., 2026).
저등급 만성염증처럼 낮은 수준의 차이를 확인하려면 일반 CRP보다 더 낮은 농도까지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고감도 CRP(hs-CRP)’ 검사가 사용됩니다 (Giglione et al., 2026).
심혈관질환이 없었던 미국 여성 27,939명을 약 30년 동안 추적한 연구에서 hs-CRP, LDL 콜레스테롤, 지단백(a)은 각각 장기적인 심혈관 위험을 독립적으로 예측했습니다. hs-CRP가 가장 높은 20%에 속한 사람은 가장 낮은 20%에 속한 사람보다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이 약 70% 높았습니다 (Ridker et al., 2024).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2025 미국심장학회(ACC) 과학성명은 hs-CRP를 심혈관 위험평가에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염증 지표로 보고, 일차·이차 예방 모두에서 콜레스테롤과 함께 hs-CRP를 측정하는 것을 권고했습니다 (Mensah et al., 2026).
상대적으로 낮은 심혈관 위험
평균 범위
높은 염증성 심혈관 위험
hs-CRP 역시 한 번의 수치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예를 들어 hs-CRP가 10 mg/L를 넘으면 일시적인 감염이나 다른 급성기 반응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2~3주 후 다시 측정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감염, 외상, 격한 운동, 염증성 질환 등 여러 상황에서도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전체 건강상태와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같은 다른 위험인자와 함께 해석해야 합니다 (Mensah et al., 2026).
hs-CRP 이외의 염증 지표
hs-CRP 외에도 일반 혈구검사로 계산하는 ‘호중구 대 림프구 비율(NLR)’이 사망률 및 여러 질환 위험과 연관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van de Vyver, 2023).
IL-6, IL-1β, 여러 사이토카인이나 대사물질도 연구되고 있지만 개인차가 크고 검사법과 기준치가 표준화되지 않아 일반인의 저등급 만성염증을 평가하는 일상적인 검사로 사용되지는 않습니다.
최근에는 ‘염증 나이(iAge)’ 같은 새로운 지표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Sayed et al., 2021; Franceschi et al., 2025).
2. 만성염증은 왜 생기고, 왜 꺼지지 않을까?
저등급 만성염증은 크게 두 가지 문제가 겹쳐서 생긴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불씨가 계속 공급되는 ‘지속적인 점화’, 다른 하나는 불을 끄는 ‘염증 해소 과정의 실패’입니다 (van de Vyver, 2023).
➀ 지속적 염증 점화: 몸 안의 경보 신호
면역계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만 감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손상되거나 죽은 세포, 과잉 영양과 대사 이상으로 만들어진 물질도 면역세포에게는 “위험”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유리지방산, 최종당화산물(AGEs), 콜레스테롤 결정, 미토콘드리아 DNA, 요산, 산화된 지단백 등이 대표적입니다 (Cifuentes et al., 2025). 이처럼 감염이 아닌 몸안에서 생겨 위험을 알리는 물질을 넓게 ‘손상연관분자패턴(DAMPs)’이라고 합니다. 면역세포는 Toll 유사 수용체 같은 ‘패턴인식수용체’로 이런 신호를 감지하고, NF-κB 경로를 활성화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생산을 증가시킵니다 (van de Vyver, 2023).
이 과정의 중심에 있는 장치 가운데 하나가 다단백질 복합체인 NLRP3 인플라마솜(inflammasome)으로 산화스트레스,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 콜레스테롤·요산 결정 등 다양한 위험 신호를 감지해 면역 반응을 일으킵니다. 활성화된 NLRP3 인플라마솜은 caspase-1을 통해 비활성 상태의 pro-IL-1β와 pro-IL-18을 활성형 IL-1β와 IL-18로 바꿉니다. 이러한 상위 염증 신호가 다시 NF-κB와 IL-6를 포함한 다른 염증 경로를 자극하면서 염증 반응이 확대됩니다 (Giglione et al., 2026).
특히 고혈당은 불씨를 여러 방향에서 공급합니다. 포도당이 단백질에 달라붙어 만든 최종당화산물(AGEs)은 RAGE 수용체를 통해 NF-κB를 활성화합니다. 또 과도한 포도당이 폴리올 경로로 흘러가면 알도스 환원효소가 NADPH를 소모하면서 항산화 물질인 글루타치온의 재생이 줄어 산화스트레스가 증가합니다 (van de Vyver, 2023) (BOX2).
활성산소는 NF-κB와 NLRP3 인플라마솜 같은 염증 경로를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Giglione et al., 2026). 반대로 염증 신호에 활성화된 호중구와 대식세포는 NADPH 산화효소 등을 이용해 다시 활성산소를 만들어냅니다 (van de Vyver, 2023).
원래 병원체를 제거하기 위한 방어 무기가 지나치거나 오래 지속되면 정상 조직에도 부담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➁ 염증 해소의 실패: 끄는 스위치의 고장
염증은 원인을 제거했다고 저절로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몸에는 ‘염증을 적극적으로 끝내는 별도의 해소(resolution) 과정’이 있습니다.
염증 부위에는 가장 먼저 호중구(neutrophil)가 몰려와 세균이나 손상 물질을 제거합니다. 임무를 마친 호중구는 스스로 죽는데, 그대로 남아 있으면 오히려 조직 손상과 염증을 계속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때 대식세포(macrophage)가 죽은 호중구와 손상된 세포를 먹어 치웁니다. 이 과정을 ‘에페로사이토시스(efferocytosis)’라고 합니다.
단순히 쓰레기를 치우는 것만은 아닙니다. 죽은 세포를 처리한 대식세포는 염증을 계속 증폭시키는 상태에서 벗어나 조직 복구와 염증 해소를 돕는 방향으로 기능이 바뀝니다. 동시에 리폭신(lipoxin), 레졸빈(resolvin), 프로텍틴(protectin), 마레신(maresin) 같은 ‘특화 염증해소 매개물질(SPM)’이 만들어져 더 이상 면역세포가 몰려오는 것을 줄이고, 남아 있는 세포 잔해를 제거하며 조직 복구를 촉진합니다 (van de Vyver, 2023).
즉 염증은 단순히 스위치를 ‘OFF’ 하는 것이 아니라,
면역세포 유입 중단 → 죽은 세포 제거 → 염증 신호 감소 → 조직 복구 라는 적극적인 정리 과정을 거쳐 끝납니다.
문제는 비만, 당뇨, 노화 같은 상태에서는 이 염증 해소 과정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만과 당뇨에서는 에페로사이토시스가 저하되고 SPM의 생성과 균형도 흐트러질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대식세포가 염증을 촉진하는 상태에 더 오래 머물면서 TNF-α, IL-1β, IL-6 같은 염증 신호가 지속됩니다 (van de Vyver, 2023).
노화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생깁니다. 노화한 면역세포는 손상된 세포와 세포 잔해를 처리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염증을 끝내라는 신호에 대한 반응도 약해질 수 있습니다 (van de Vyver, 2023).
따라서 저등급 만성염증은 단순히 불씨가 계속 들어오는 상태가 아닙니다. 불은 계속 붙는데, 이미 붙은 불을 끄고 뒤처리하는 시스템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주목할 점은 이런 변화가 일정 기간 ‘기억’될 가능성입니다.
고지방식을 3개월 먹인 뒤 정상식으로 3개월 되돌린 동물실험에서는 체중이 크게 줄었는데도 지방조직의 염증 변화가 일부 지속됐습니다. 당뇨병을 동반한 고도비만 환자에서도 비만대사수술 후 체중과 당대사가 크게 개선된 뒤 일부 지방조직 면역 변화가 남아 있었습니다 (van de Vyver, 2023).
면역세포에 남은 후성유전학적 변화 등이 이런 현상에 관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을 “한 번 비만하면 염증이 평생 남는다”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에서 이런 ‘염증 기억’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고 실제 질병 위험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는 아직 연구 중입니다.
3. 불씨는 어디서 오는가: 주요 요인
저등급 만성염증의 불씨는 크게 바꿀 수 있는 생활·환경 요인과 바꾸기 어려운 노화 요인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내장지방: 가장 큰 불씨 가운데 하나
지방조직은 단순한 에너지 창고가 아닙니다. 호르몬과 면역 신호를 내보내는 대사기관입니다.
과잉 영양으로 내장지방의 지방세포가 지나치게 커지면 조직 내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고 세포 스트레스가 증가합니다. 일부 지방세포는 결국 죽습니다. 그러면 대식세포가 모여들어 죽은 지방세포를 ‘왕관 모양(crown-like structure)’으로 둘러쌉니다 (van de Vyver, 2023; Cifuentes et al., 2025).
호중구, 비만세포, Th1 림프구 등 염증을 촉진하는 면역세포는 늘어나고, 조절 T세포처럼 염증을 억제하는 면역세포는 줄어듭니다. 기능이 망가진 지방조직에서는 TNF-α, IL-6, IL-1β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렙틴은 증가하는 반면, 항염증 작용과 인슐린 감수성에 관련된 아디포넥틴은 감소합니다 (van de Vyver, 2023).
또 지방세포에서 유리지방산이 과도하게 방출됩니다. 특히 내장지방에서 나온 혈액은 문맥을 통해 먼저 간으로 들어갑니다. 따라서 내장지방이 많아지면 간이 높은 농도의 유리지방산과 여러 대사·염증 신호에 노출되고 간의 인슐린 반응과 지방대사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후 전신 대사를 통해 근육을 비롯한 다른 조직의 인슐린 반응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van de Vyver, 2023).
따라서 체중 자체도 중요하지만 내장지방의 양과 지방조직의 기능 상태가 대사성 염증과 특히 밀접합니다.
(2) 장벽과 장내미생물: 몸 안에서 가장 넓은 국경
장 상피는 몸 안과 바깥 환경이 만나는 가장 넓은 경계 가운데 하나입니다 (Yuan et al., 2023). 점액층, 장내미생물, 상피세포 사이의 밀착연접(tight junction), 점막 면역세포가 함께 장벽을 유지합니다 (Martel et al., 2022).
서구식 식단, 과도한 알코올 섭취, 일부 약물과 감염, 일주기 리듬 교란, 심리적 스트레스, 노화 등은 장내미생물과 장벽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Martel et al., 2022). (관련 글 보기)
장벽 기능이 손상되면 세균의 내독소(LPS) 같은 미생물 성분이 장벽을 넘어 면역계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고지방식을 수일에서 수주 섭취했을 때 혈중 내독소 지표가 증가했고, 한 차례의 고지방 식사 뒤에도 혈중 내독소가 약 50% 증가했다는 결과가 보고됐습니다 (Erridge et al., 2007; Martel et al., 2022). 다만 이 결과에는 중요한 한계가 있습니다. 혈액 속에 존재하는 극미량 LPS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방법에는 기술적인 논란이 있고, 고지방 식사 한 끼의 결과를 장기간의 저등급 만성염증으로 그대로 확대해서는 안 됩니다.
이 가운데 장내미생물의 역할이 특히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습니다.
건강한 장내미생물 가운데 일부는 식이섬유를 발효해 아세트산, 프로피온산, 부티르산 같은 ‘단쇄지방산(SCFA)’을 만듭니다. 특히 부티르산은 대장 상피세포의 주요 에너지원 가운데 하나이고, 장벽 유지와 면역조절에 도움을 줍니다. (관련 글 보기)
단쇄지방산은 NF-κB와 NLRP3 인플라마솜을 포함한 여러 염증 경로를 억제해 TNF-α, IL-1β, IL-6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생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Tristan Asensi et al., 2023; Giglione et al., 2026).
반대로 장내미생물의 균형이 깨지면(dysbiosis) 단쇄지방산을 만드는 세균이 줄고 장벽 기능이 약해지고 면역 조절이 흐트러질 수 있습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지중해식이나 고혈압 예방에 도움이 되는 DASH(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 식단이 염증을 낮추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장내미생물과 단쇄지방산 변화에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Giglione et al., 2026).
다만 장벽 기능 저하가 사람의 만성 전신 염증을 어느 정도 직접 일으키는지는 아직 동물실험과 관찰연구의 비중이 큽니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흔히 사용하는 “새는 장 증후군(leaky gut syndrome)”을 모든 만성질환의 원인처럼 설명하는 것은 현재 근거를 넘어선 주장입니다. ‘새는 장 증후군’은 일반적인 독립 질환명으로 확립된 진단도 아닙니다.
(3) 식단: 염증을 부추기는 식사 패턴과 초가공식품
식단 역시 염증에 영향을 줍니다.
가당음료, 정제 곡물, 가공육, 과도한 붉은 고기, 스낵류 등이 많은 서구식 식단은 CRP와 IL-6 같은 염증 지표가 높은 것과 연관됐고, 식단의 염증 유발 지수가 높을수록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다는 관찰연구가 있습니다 (Tristan Asensi et al., 2023).
산화된 지방, 트랜스지방, 과도한 포화지방 섭취 역시 여러 대사·염증 경로와 관련됩니다. 이런 식단의 중심에 흔히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이 있습니다. 초가공식품은 설탕, 정제 전분, 나트륨과 일부 포화지방이 많고 식이섬유와 미량영양소가 적은 경우가 많습니다 (Tristan Asensi et al., 2023).
호주 Melbourne Collaborative Cohort Study 자료를 이용한 횡단면 분석에서는 초가공식품 섭취가 하루 100g 증가할 때 hs-CRP가 약 4% 높은 것과 연관됐습니다(Lane et al., 2022).
이탈리아 21,315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초가공식품 섭취와 염증의 연관 가운데 기존 영양성분으로 설명되는 부분이 약 3분의 1 정도였습니다 (Tristan Asensi et al., 2023). 나머지 연관성을 설명할 후보로 유화제, 일부 감미료, 포장재 유래 비스페놀·프탈레이트, 고온가공 과정에서 생기는 물질 등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인과 근거가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첨가물 하나하나를 완벽히 통제하려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식단 전체에서 초가공식품의 비중을 줄이고 자연 식품에 가까운 최소가공 식품을 늘리는 것이 훨씬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건강 관리법입니다.
(4) 흡연, 대기오염, 잇몸병
담배 연기의 수많은 산화물질과 독성 물질은 대식세포와 호중구를 활성화하고 폐뿐 아니라 전신 염증과 혈관 손상에 영향을 줍니다 (Cifuentes et al., 2025). 미세먼지, 이산화질소, 오존 같은 대기오염 물질도 CRP와 IL-6를 비롯한 전신 염증 지표와 관련됩니다.
치주염 역시 만성적인 국소 감염·염증을 만들며 전신 염증과 심혈관질환 위험 사이의 연관성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Cifuentes et al., 2025).
(5) 수면 부족, 만성 스트레스, 과음, 좌식생활
수면 부족과 수면장애는 염증성 사이토카인 및 CRP 상승과 연관되어 있으며, 수면 효율이 좋을수록 IL-6가 낮은 경향이 관찰됩니다 (Irwin et al., 2016; Franceschi et al., 2025).
만성 스트레스 역시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PA) 축과 교감신경계를 통해 면역 반응에 영향을 줍니다 (Yuan et al., 2023).
또 스트레스는 장에도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사람 대상 연구에서는 스트레스 반응에 관여하는 CRH(corticotropin-releasing hormone) 신호가 장 점막의 비만세포를 자극해 장 투과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Yuan et al., 2023).
즉 만성 스트레스는 단순히 심리적 “기분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신경계·호르몬계·면역계와 장벽 기능을 연결하는 여러 경로를 통해 염증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스트레스 → 코르티솔 상승 → 염증”처럼 단순하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급성 스트레스에서 코르티솔은 오히려 염증을 억제합니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만성화되면 HPA 축의 조절 변화와 면역세포의 글루코코르티코이드 반응 변화 등이 나타나 염증 조절이 흐트러질 수 있습니다. 사회경제적 어려움과 만성적인 사회적 스트레스 역시 CRP·IL-6 상승 및 노화 관련 질환 위험과 연관된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Franceschi et al., 2025).
과도한 알코올 섭취도 만성염증을 유발하거나 지속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Cifuentes et al., 2025). 알코올은 간을 직접 손상시킬 뿐 아니라 장내미생물과 장벽 기능에도 영향을 미쳐 미생물 성분이 전신 면역계에 노출될 가능성을 증가시킵니다 (Martel et al., 2022).
좌식생활은 비만과 대사 이상과 겹칠 때 만성염증과 심혈관질환·당뇨병 위험을 더욱 높일 수 있습니다 (Cifuentes et al., 2025).
(6) 노화: 바꿀 수 없는 불씨, 인플라메이징
나이가 들면서 저등급 염증 경향이 증가하는 현상을 ‘인플라메이징(inflammaging)’이라고 합니다 (Ferrucci & Fabbri, 2018) (BOX3).
2023년 개정된 ‘노화의 12가지 특징(Hallmarks of Aging)’에는 만성염증이 새로운 노화 특징 가운데 하나로 포함됐습니다 (López-Otín et al., 2023). 만성염증은 다른 노화 특징들과 서로 영향을 주며 악순환을 만들 수 있습니다 (Baechle et al., 2023).
대표적인 경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세포 노화: 분열을 멈춘 노화세포(senescent cells)가 축적되면서 IL-6, IL-8 등 여러 염증성 물질과 효소를 분비합니다. 이를 ‘노화연관 분비표현형(SASP)’이라고 합니다 (Franceschi et al., 2025).
면역 노화: 나이가 들면 일부 선천면역세포는 기저 염증 신호가 증가하는 반면, 실제 감염이나 백신 자극에 대한 반응은 떨어지는 복합적인 변화가 나타납니다 (Fulop et al., 2023).
손상된 세포와 소기관의 축적: 미토콘드리아와 DNA, 단백질, 세포 잔해가 제대로 제거되지 않으면 이들이 DAMPs 역할을 하면서 면역계를 지속적으로 자극할 수 있습니다 (Franceschi et al., 2025).
클론성 조혈(CHIP): 나이가 들면서 조혈모세포에 체세포 돌연변이가 생기고, 특정 변이를 가진 세포가 선택적으로 증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혈액암은 없지만 일정 크기 이상의 변이 혈액세포 클론이 존재하는 상태를 ‘CHIP(clonal hematopoiesis of indeterminate potential)’이라고 합니다. TET2, DNMT3A, ASXL1, JAK2 같은 유전자 변이가 대표적입니다. 일부 CHIP에서는 골수계 면역세포의 IL-1β와 IL-6를 비롯한 염증 신호가 증가하고,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위험이 상승하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Jaiswal & Libby, 2020). 초기 대규모 관찰연구에서는 CHIP 보유자가 비보유자보다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약 2배 높은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Jaiswal et al., 2017). 다만 최근에는 어떤 유전자가 변했는지, 변이 클론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심혈관 위험이 상당히 다르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무증상 일반인에게 CHIP 검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개인별 인플라메이징의 차이
인플라메이징(노화관련 만성염증)의 크기는 유전, 생활습관, 회경제적 조건, 감염, 환경오염 등 평생 누적된 노출에 따라 사람마다 크게 다릅니다 (Franceschi et al., 2025).
같은 나이라도 사람마다 iAge가 다르며, 높은 iAge는 다중질환, 노쇠, 심혈관노화와 연관됐습니다 (Sayed et al., 2021).
산업화 집단인 이탈리아와 싱가포르에서는 나이가 들면서 일정한 염증 패턴이 증가한 반면, 비산업화 집단인 볼리비아 Tsimane와 말레이시아 Orang Asli에서는 동일한 패턴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Franck et al., 2025).
이는 인플라메이징의 정도가 단순히 나이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화된 환경, 영양, 생활습관, 감염과 같은 평생의 노출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비산업화 집단은 기본 감염 부담이 높고, 해당 연구는 단면 연구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 결과를 ‘노화가 염증과 무관하다’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장수인의 경우, 일정 수준의 염증 신호가 나타나더라도 이를 조절하고 치유하는 항염증 및 복구 반응 역시 강하게 작용해 균형을 유지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Fulop et al., 2023; Franceschi et al., 2025).
4. 만성염증은 어디에서 문제를 일으킬까?
저등급 만성염증은 특정 장기에만 머물지 않고 혈액과 면역계를 통해 여러 조직의 질병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Cifuentes et al., 2025).
(1) 심장과 혈관
죽상경화증은 염증과 지질이 만나는 대표적인 질환입니다.
혈액 속 LDL 입자가 동맥 내막으로 들어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머물면 변형과 산화가 일어납니다. 이 신호를 받은 혈관내피세포는 단핵구를 끌어들이고, 단핵구는 대식세포로 변해 변형된 LDL을 섭취합니다. 콜레스테롤을 과도하게 축적한 대식세포는 ‘거품세포(foam cell)’가 되고 죽상경화반 형성에 참여합니다. 콜레스테롤 결정과 세포 손상은 대식세포의 NLRP3 인플라마솜을 활성화하고 IL-1β–IL-6–CRP로 이어지는 염증 경로를 자극합니다 (Giglione et al., 2026). 염증이 계속되면 플라크의 괴사핵이 커지고 플라크를 덮고 있는 섬유성 피막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피막이 파열되면 그 자리에 혈전이 형성되어 혈관을 막고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Cifuentes et al., 2025).
이 염증이 단순히 질병과 함께 나타나는 현상만은 아니라는 중요한 근거가 CANTOS 임상시험입니다.
심근경색 경험이 있고 hs-CRP가 높은 환자에게 IL-1β를 차단하는 canakinumab을 투여했을 때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지 않고도 심혈관 사건이 감소했습니다. 특히 IL-6와 CRP가 크게 떨어진 환자에서 심혈관 이득이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죽상경화증에서 지질 경로와 함께 염증 경로도 실제 질병 진행에 관여한다는 강력한 임상 근거입니다 (Mensah et al., 2026; Ridker et al. 2017).
스타틴은 LDL 콜레스테롤을 낮출 뿐 아니라 평균적으로 hs-CRP도 감소시키는 항염증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LDL과 염증이 항상 같은 정도로 함께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스타틴 치료로 LDL 콜레스테롤을 충분히 낮춘 뒤에도 hs-CRP가 높은 상태로 남는 일부 환자가 있으며, 이런 경우 심혈관 사건 위험도 더 높게 나타납니다. 이를 ‘잔여 염증 위험(residual inflammatory risk)’ 이라고 합니다.
LDL-C ↓
+
hs-CRP ≥ 2 mg/L
→
잔여 염증 위험
스타틴 치료 후 LDL-C가 70 mg/dL 미만이더라도 CRP가 2 mg/L 이상인 환자는 CRP가 2 mg/L 미만인 환자보다 재발 심혈관 사건이 더 많았습니다. 또한 스타틴에 의한 LDL 감소와 CRP 감소의 상관관계는 매우 약해, 두 효과가 상당 부분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 나타날 가능성이 제시됐습니다 (Ridker et al., 2005).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ACC는 이미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LDL 콜레스테롤뿐 아니라 hs-CRP를 함께 평가하면 남아 있는 위험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고 강조했습니다 (Mensah et al., 2026).
(2) 대사: 인슐린 저항성과 당뇨병
기능이 망가진 내장지방에서 나오는 유리지방산과 염증 신호는 간과 근육의 인슐린 반응을 떨어뜨립니다 (van de Vyver, 2023). 그러면 같은 양의 인슐린으로 혈당을 처리하기 어려워지고 췌장은 이를 보상하기 위해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합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인슐린 저항성과 고혈당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고혈당은 다시 AGEs와 산화스트레스를 증가시켜 염증을 키웁니다.
즉, 내장지방 증가 → 염증 → 인슐린 저항성 → 고혈당 → 추가 염증 이라는 악순환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당뇨병이 지속되면 만성 염증과 산화스트레스는 신장, 망막, 말초신경 등 합병증의 진행에도 관여합니다 (van de Vyver, 2023). 다만 제2형 당뇨병을 단순한 ‘염증 질환’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유전적 요인, 인슐린 저항성, 췌장 베타세포 기능 저하, 간과 지방조직의 대사 이상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작용하며 염증은 그 네트워크의 중요한 한 축입니다.
(3) 간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질환(MASLD) 역시 내장지방 기능 이상과 인슐린 저항성과 밀접하게 연결된 대사질환입니다 (Furman et al., 2019; Rinella et al., 2023). 간에 지방이 쌓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염증과 간세포 손상이 지속되면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MASH가 지속되면 간섬유화, 간경변, 간암 위험이 증가합니다.
(4) 장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같은 염증성 장질환은 장의 만성적인 면역 염증이 핵심인 질환입니다. 오랫동안 염증이 지속되면 일부 환자에서는 대장암 위험도 증가합니다 (Cifuentes et al., 2025).
과민성장증후군 환자 일부에서도 장 점막의 면역 활성화와 낮은 수준의 염증이 관찰되며 증상과의 관련성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Yuan et al., 2023). 다만 과민성장증후군 전체를 염증성 질환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5) 뇌
비만과 대사성 염증은 뇌 건강과도 연관됩니다.
21개 연구를 분석한 메타분석에서 내장지방이 많을수록 전체 뇌 용적이 작고 뇌실이 큰 경향이 관찰됐으며, 허리-엉덩이 비율과 뇌 백질 병변의 관계에서 IL-6가 일부 매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보고됐습니다 (Weijie et al., 2024).
비만과 관련된 염증은 아밀로이드와 타우 등 알츠하이머병 병리와 연결될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분야는 아직 관찰연구가 많고 저등급 전신염증이 치매를 직접 일으킨다는 인과관계가 완전히 확립된 것은 아닙니다.
(6) 관절
류마티스관절염, 건선성 관절염, 통풍 같은 염증성 관절질환에서는 염증이 관절의 통증, 부기, 뻣뻣함과 손상을 일으킵니다. 다만 이런 질환은 이 글에서 주로 다루는 무증상 저등급 만성염증보다 훨씬 강한 염증성 질환이며, 대부분 생활습관만으로 조절할 수 없어 적절한 약물치료가 필요합니다.
5. 만성염증, 어떻게 줄일까?
현재 근거가 가장 탄탄한 방법은 특정 항염증 보충제를 찾는 것이 아니라, 식사 패턴, 체중 관리, 운동, 수면, 금연과 절주 등 염증을 지속시키는 원인을 줄이는 것입니다 (Giglione et al., 2026; Franceschi et al., 2025). 이 방법들은 한 가지 염증 경로만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혈당, 혈압, 지질, 내장지방, 혈관 기능, 장내미생물 등 여러 경로에 동시에 작용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1) 식단: 음식 하나보다 식사 패턴
지중해식 식단은 항염증 효과와 심혈관 보호 효과에 대한 근거가 가장 많은 식사 패턴 가운데 하나입니다. (관련 글 보기)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나 견과류를 보강한 지중해식 식단은 PREDIMED 임상시험에서 고위험군의 주요 심혈관 사건을 약 30% 감소시켰고 여러 연구에서 hs-CRP와 IL-6 등 염증 지표 개선도 관찰됐습니다 (Estruch et al., 2018; Giglione et al., 2026).
다만 심혈관 사건 감소가 전적으로 염증 감소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지중해식 식단은 혈압, 지질, 혈당, 혈관 기능, 체중, 장내미생물 등 여러 경로를 동시에 개선하기 때문입니다.
유럽 5개국의 약 1,300명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NU-AGE 무작위시험에서는 1년간 지중해식에 가까운 식사 중재가 이루어졌습니다. 이 가운데 장내미생물을 분석한 612명에서는 식단에 잘 반응해 증가한 유익한 세균군이 낮은 CRP와 IL-17, 낮은 노쇠도 등과 연관됐습니다 (Franceschi et al., 2025; Ghosh et al. 2020).
채소, 과일, 통곡물과 저지방 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하는 DASH 식단 역시 일부 연구에서 IL-6 등 염증 지표 개선과 연관됐습니다 (Giglione et al., 2026). 이 식단들의 공통점은 식이섬유와 폴리페놀, 불포화지방이 풍부하다는 것입니다 (3장 (2) 참고).
그렇다면 개별 ‘항염증 식품’은 어떨까요?
88건의 임상시험을 분석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크랜베리, 포도, 석류, 딸기, 통곡물, 요구르트, 녹차, 강황, 콩, 아몬드, 치아씨, 아마씨, 피스타치오 등 여러 식품이 일부 염증 지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Luvián-Morales et al., 2021).
그러나 사람 대상 결과는 일관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특정 음식 하나보다 식사 전체의 구성이 중요합니다.
실천할 때는 다음과 같은 식품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좋습니다.
- 채소: 토마토, 시금치·케일 같은 녹색 잎채소
- 지방: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아몬드·호두 같은 견과류
- 단백질: 연어·고등어·정어리 같은 생선, 콩류
- 곡물: 귀리·통밀·보리 같은 통곡물
- 과일: 베리류와 다양한 통과일
반대로 정제 탄수화물, 가당음료, 가공육과 초가공식품의 비중은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붉은 고기를 반드시 완전히 끊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가공육과 과도한 붉은 고기의 섭취를 줄이고 식물성 식품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2) 체중 감량, 특히 내장지방 줄이기
체중 감량과 CRP 감소 사이에는 비교적 일관된 관계가 있습니다.
생활습관 중재와 비만수술 연구를 종합한 분석에서는 체중을 1kg 줄일 때 CRP가 평균 약 0.13mg/L 감소했습니다 (Selvin et al., 2007).
비만 여성에게 4주간 열량 제한을 실시한 연구에서는 체중 감소와 함께 장 투과성 지표와 인슐린 저항성도 개선됐습니다(Martel et al., 2022).
중요한 목표는 단순히 체중계 숫자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대사적으로 문제가 되는 내장지방을 줄이는 것입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일부 동물·사람 연구에서는 체중을 줄인 뒤에도 지방조직 면역 변화가 한동안 지속되는 ‘염증 기억’ 현상이 관찰됩니다 (van de Vyver, 2023).
그러나 이것은 체중을 늦게 줄이면 소용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체중 감소는 어느 시점에서든 혈압, 혈당, 지방간, 심혈관 위험을 개선합니다. 다만 대사 이상이 오래 굳어지기 전에 개입할수록 유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운동
규칙적인 운동은 여러 경로를 통해 저등급 만성염증을 낮춥니다.
가장 확실한 경로 가운데 하나는 내장지방 감소입니다. 또 운동하는 근육은 단순히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라 여러 신호물질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관처럼 작용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이 IL-6의 두 얼굴입니다.
비만이나 만성염증 상태에서 지방조직과 면역세포로부터 지속적으로 나오는 IL-6 신호는 만성염증과 연관됩니다. 그러나 운동 중 수축하는 골격근에서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IL-6는 ‘마이오카인 (myokine)’으로 작용합니다. 이 IL-6는 운동에 필요한 에너지 동원을 돕고 IL-1 수용체 길항제(IL-1RA)와 IL-10 같은 항염증 신호의 증가를 촉진합니다 (Franceschi et al., 2025).
그래서 운동 직후에는 IL-6 등 일부 염증 관련 물질이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지만,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장기적으로 안정 시 CRP와 여러 염증 지표가 낮아지는 방향으로 적응이 일어납니다.
운동하지 않던 노년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중강도 유산소운동과 고강도 인터벌운동 후 IL-6가 감소했고, hs-CRP도 감소하는 방향을 보였습니다(Hayes et al., 2021). 또한 31개 연구, 1,528명을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는 유산소운동, 근력운동, 복합운동, 고강도 인터벌운동이 노년층의 IL-6, TNF-α, CRP 등 염증 지표를 전반적으로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Zhao et al., 2022). 다만 운동의 항염증 효과는 성별, 체중, 운동 강도, 기존 염증 수준 등에 따라 개인차가 있습니다.
(4) 수면, 스트레스, 금연과 절주
수면 시간뿐 아니라 수면의 질과 수면 장애 여부도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명상, 요가, 심호흡처럼 특정 방법 자체가 만성염증 치료제인 것은 아니지만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만성 스트레스의 부담을 줄이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금연은 훨씬 명확합니다. 담배 연기에서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산화·염증 자극원을 끊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입니다 (Cifuentes et al., 2025). 절주 역시 중요합니다.
(5) 보충제는 신중하게
“염증에 좋은 영양제”라는 광고는 많지만 근거는 기대보다 제한적입니다.
현재 일반인을 대상으로 저등급 만성염증을 치료하거나 심혈관 사건을 예방한다는 이유만으로 권고되는 건강기능식품은 없습니다 (Giglione et al., 2026).
마그네슘은 염증과 관련해 비교적 연구가 많이 이루어진 영양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마그네슘 결핍은 고령자에게 비교적 흔하고 섭취가 적을수록 CRP가 높은 경향이 있으며, 무작위시험을 종합한 일부 메타분석에서는 마그네슘 보충이 CRP를 낮췄습니다(Dominguez et al., 2024).
다만 CRP가 낮아졌다고 해서 마그네슘이 만성질환을 예방한다는 것까지 입증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마그네슘이 풍부한 식품을 충분히 먹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식단만으로 권장량을 채우기 어렵다면 보충제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관련 글 보기)
산화스트레스가 염증을 키운다고 해서 항산화 보충제를 많이 복용하는 것도 답은 아닙니다.
베타카로틴, 비타민 E, 고용량 비타민 A 등 항산화 보충제는 대규모 임상시험과 메타분석에서 사망률 감소를 입증하지 못했으며, 일부에서는 오히려 사망 위험 증가 가능성이 보고됐습니다 (Bjelakovic et al., 2012).
목표는 활성산소를 무조건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활성산소와 염증이 과도하게 만들어지는 원인을 줄이는 것입니다.
(6) 필요할 때는 약물치료
자가면역질환처럼 뚜렷한 염증성 질환은 생활습관만으로 조절되지 않습니다. 질환에 따라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 제제 등 적절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만성 C형간염은 항바이러스제로 원인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심혈관질환에서는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스타틴은 LDL 콜레스테롤뿐 아니라 hs-CRP도 어느 정도 낮춥니다. JUPITER 연구에서는 LDL 콜레스테롤이 높지 않았지만 hs-CRP가 2mg/L 이상이었던 사람에게 로수바스타틴을 투여했을 때 주요 심혈관 사건이 약 44% 감소했습니다 (Ridker et al., 2008).
그러나 이 연구 역시 “CRP가 높으면 스타틴을 먹어야 한다”는 단순한 의미는 아닙니다.
전체적인 심혈관 위험도를 함께 평가해야 합니다.
또 이미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이 있는 일부 환자에서는 저용량 ‘콜히친(colchicine)’이 심혈관 사건을 줄였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있습니다 (Mensah et al., 2026). 하지만 일반인이 단순히 CRP가 높다는 이유로 콜히친을 복용하는 치료는 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급성 심근경색 직후 콜히친을 시작한 최근 대규모 임상시험에서는 심혈관 사건 감소 효과가 확인되지 않아 치료 시점과 대상 선정이 중요합니다 (Jolly et al. 2025).
(7) 진료 현장에서는 어떻게 접근할까?
hs-CRP는 최근 심혈관 위험평가에서 이전보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hs-CRP 하나로 ‘저등급 만성염증 환자’를 진단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치가 높다면 먼저 일시적으로 CRP를 올릴 원인이 있는지 확인한 뒤(BOX1 참고), 혈압, LDL 콜레스테롤, 필요에 따른 ApoB와 지단백(a), 혈당과 당화혈색소(HbA1c), 흡연 여부, 체중과 허리둘레, 신장질환, 가족력 등 전체적인 심혈관·대사 위험과 함께 해석해야 합니다.
특히 이미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스타틴 치료로 LDL을 충분히 낮춘 사람에서 hs-CRP가 계속 높은 경우에는 잔여 염증 위험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BOX4 참고; Mensah et al., 2026). 따라서 목표는 CRP 숫자 하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그 수치가 높아진 원인과 전체 심혈관·대사 위험을 함께 관리하는 것입니다.
6. 결론: 가장 중요한 메시지
저등급 만성염증은 단순히 “염증 수치가 조금 높은 상태”가 아닙니다. 불을 지피는 자극이 계속되고, 불을 끄는 해소 과정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낮은 수준의 염증 신호가 장기간 지속되는 상태입니다 (van de Vyver, 2023; Cifuentes et al., 2025).
이 염증은 산화스트레스와 서로를 증폭시키고 혈관, 지방조직, 간, 근육, 장, 뇌 등 여러 조직의 질병 과정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불씨는 내장지방, 장벽과 장내미생물 변화, 초가공식품 중심의 식생활, 흡연과 대기오염, 과음, 수면 부족과 만성 스트레스 같은 바꿀 수 있는 요인과 노화라는 바꾸기 어려운 요인에서 옵니다 (Cifuentes et al., 2025; Martel et al., 2022; Tristan Asensi et al., 2023; López-Otín et al., 2023).
그러나 최근 연구가 보여주듯이 노화에 따른 염증 증가조차 모든 사람과 모든 환경에서 똑같이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Franceschi et al., 2025; Franck et al., 2025).
따라서 핵심은 특정 ‘항염증 음식’이나 보충제 하나가 아닙니다.
지중해식이나 DASH 식단과 같은 건강한 식사 패턴, 내장지방 감소와 적정 체중 유지, 규칙적인 운동, 충분하고 질 좋은 수면, 스트레스 관리, 금연과 절주, 그리고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같은 위험요인의 적절한 치료가 중요합니다 (Giglione et al., 2026; Franceschi et al., 2025).
그리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목표는 염증을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몸은 염증이 없으면 감염과 싸울 수도 없고 손상된 조직을 복구할 수도 없습니다.
문제는 필요할 때 켜지는 염증이 아니라 필요가 끝났는데도 꺼지지 않는 염증입니다. 따라서 건강한 몸이란 염증이 전혀 없는 몸이 아니라, 필요할 때 염증을 켤 수 있고, 일이 끝나면 다시 제대로 끌 수 있는 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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