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이가 들면 살이 찌고 근육이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과학은 분명히 말합니다.
근감소증(sarcopenia)은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니라, 건강수명을 단축시키는 결정적 변수입니다.
근감소증은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진행되며, 골격근의 양과 질이 줄어들어 근력이 감소합니다. 이러한 변화가 진행될수록 대사, 면역, 인지 기능까지 연쇄적으로 무너뜨리고, 결국 사망 위험까지 높입니다.
이 글에서는 근감소증이 만들어내는 악순환과 이를 끊는 운동·영양 전략을 살펴봅니다.
노화, 근감소증, 그리고 악순환의 시작
노화가 진행되면 다양한 만성질환의 위험이 커집니다.
그 이유는 나이 자체가 거의 모든 질환의 핵심 위험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Kovesdy, 2022; Roth et al., 2020).
우리 몸은 시간이 지나면서 기능이 점점 약해지고, 특히 근육 기능 저하는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근육 기능의 저하는 단순히 “나이 들어서” 생기는 변화가 아닙니다.
**근감소증(Sacopenia)**이라는 이름이 붙은 질병이며. 그리스어로 “sarcos(살)”+ “penia(결핍)”을 뜻합니다.
근감소증이란?
노화 과정에서 근력과 근육량이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상태를 말합니다 (Bhasin et al., 2020; Cruz-Jentoft et al., 2019). 노화에 더하여 만성질환, 신체 활동 부족, 영양 결핍(단백질·에너지 섭취 부족)도 주요 원인이며, 2016년 국제질병분류에 공식 등재되었습니다.
60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 이상이 근감소증을 겪고 있습니다.
근감소증이 진행되면 건강과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고, 사회·보건 체계에 막대한 부담을 초래합니다 (Anker et al., 2016; Petermann‐Rocha et al., 2022; Shafiee et al. 2017).
❖ 근감소증이 만드는 악순환
우리 몸의 약 45%를 차지하는 근육이 줄면, 단순히 근력이 떨어지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Grima-Terrén et al., 2024; Yu et al., 2022; Yuan et al., 2023).
골밀도가 감소합니다.
기초대사율과 에너지 생산이 낮아집니다.
인슐린 저항성이 커집니다.
결국 내장지방이 늘고 만성 염증이 쌓여 근감소증이 더 빨라지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이로 인해 다음과 같은 문제가 나타납니다:(Baumgartner et al., 1998; Beaudart et al., 2025; Cruz-Jentoft et al., 2010; Wilkinson et al., 2018):
대사질환, 심혈관질환, 호흡기질환, 인지장애 등 만성질환의 위험성 증가
낙상 및 골절 (특히, 고관절 골절) 위험 증가, 이동 장애, 삶의 질 저하, 및 독립성 상실,
사망 위험 증가
이 변화는 서서히 진행되므로 “그냥 늙어서 그렇다”고 방치하기 쉽지만,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건강 이슈입니다. 적절한 운동과 영양으로 근육의 양과 질, 근력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수명을 늘리는 핵심 전략입니다.
왜 50세이후 근감소증이 가속화될까?
사람마다 출생 시 체중과 성장 과정에서의 유전적·환경적 요인에 따라 평생 축적할 수 있는 근육량의 잠재 최대치가 달라집니다(Sayer et al., 2018). 이후 운동과 영양 등 다양한 생활습관적 개입에 따라 각자가 도달하는 최고 근육량(peak muscle mass)과 최고 근력 (peak strength) 역시 개인차를 보입니다.
하지만 30대 후반부터는 근육량과 근력이 모두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하며, 50세 전후부터 그 속도가 급격히 빨라집니다(Dodds et al., 2014). 이 시기이후에는 매년 근육량은 약 1–2%, 근력은 3–4%씩 줄어듭니다(Mitchell et al., 2012). 특히 하지 근육은 상지 근육보다 약 2배 빠른 속도로 감소합니다(Janssen et al., 2000).
특히 민첩성과 순발력을 담당하는 빠르고 강한 속근(Type II)이 먼저 줄어들고, 걷기, 호흡, 자세유지 등 저강도 지구력을 담당하는 느린 지근(Type I)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늘어나 근력이 전반적으로 약해지고 움직임이 느려집니다.
줄어든 근섬유의 빈자리를 지방과 세포외 기질이 메우기 때문에 체중에는 큰 변화가 잘 나타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근감소증을 알아채지 못합니다 (Grima-Terrén et al., 2024).
젊을 때 근육을 충분히 축적했는지가 이후 노화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출생 시 저체중이거나 자라면서 성장 잠재력이 제한된 경우에는 성인기에 도달하는 근육량의 최고치가 낮아, 중년 이후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여분의 체력과 기능적 예비능이 더 빨리 고갈됩니다 (그림 1)(Kuh et al., 2002; Sayer et al. 2018).

결과적으로 이런 개인들은 중장년기에 접어들면서 근력 수준이 더 낮아지거나, 노화에 따른 기능적 예비능이 빠르게 감소할 위험이 높습니다.
이처럼 생애 초기부터 축적되는 성장 환경, 청년기의 근육량, 중년 이후 가속화가 맞물려 근감소증의 진행 속도가 결정됩니다.
따라서 근감소증 예방은 단순히 중·장년기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생애 전반의 건강관리가 필요합니다 (Mitchell et al., 2012).
근감소증의 주요 메커니즘
중장년기에 접어들면서 다음과 같은 변화가 일어납니다.
호르몬 감소
테스토스테론(남성), 에스트로겐(폐경기 여성), IGF-1, 성장호르몬 등이 감소해 근육 단백질 합성과 재생이 둔화되어 점차 근육량이 감소합니다.
만성 염증과 산화스트레스
만성 저등급 염증 (inflammaging)과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에 의한 활성산소의 증가가 근육 단백질 분해를 촉진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근육 단백질 합성을 방해합니다 (Franceschi & Campisi, 2014).
3️⃣ 위성세포 수 감소
근육 줄기세포인 위성세포의 수가 줄어들어 손상된 근육이 제대로 재생되지 못합니다. (Bailey et al., 2001; Verdijk et al., 2007, 2014).
4️⃣ 신경근 연결 손실
운동신경의 수가 감소하여 신경과 근섬유가 만나는 신경근 접합부가 점차 사라져 근육의 위축이 가속화됩니다 (Piasecki et al., 2016).
이 네 가지 요인이 맞물려 근감소증이 심화되지만, 적절한 운동과 영양으로 진행을 늦출 수 있습니다.
근육은 움직임을 넘어서는 기관 – 마이오카인(Myokines)
근육은 힘을 내는 조직일뿐아니라 전신 건강을 조절하는 내분비 기관입니다 (Pedersen & Febbraio, 2012). 운동하면 근육에서 마이오카인이 분비돼 대사·염증·인지 기능을 조절합니다.
예를 들어:
• 아이리신(irisin): 지방 연소, 인슐린 감수성 개선, 근육 재생 촉진 (Bao et al., 2022; Reza et al., 2017; Song et al., 2021; Zhang et al., 2025)
• IL-6: 운동에 의한 항염증 효과 매개 (Chowdhury et al., 2020)
• BDNF: 뇌 기능과 학습능력 개선
근육량이 줄면 이런 마이오카인 분비도 감소해 전신 건강이 무너집니다.
근력 운동 – 위성세포를 깨우고 건강 선순환을 만드는 힘
근력 운동은 근감소증 악순환을 반전시키는 가장 강력한 전략입니다.
단순히 근력을 강화하는 것을 넘어, 근육의 재생력과 전신 대사를 회복시키는 다층적 기전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위성세포 활성화
근력 운동은 위성세포 풀(pool)을 깨워 휴면 상태에 있던 세포들이 활발히 분열·증식하도록 자극합니다(Kadi & Ponsot, 2010).
이 활성화 과정에서 위성세포는 손상된 근섬유를 복구하고 새로운 근핵을 보충하여 근육의 재생과 성장에 기여합니다.
노령층에서는 위성세포 수의 감소가 특히 **속근(Type II 섬유)**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Verdijk et al., 2007).
따라서 중강도 이상 근력 운동에 의한 기계적 부하와 미세 근손상은 위성세포의 수를 증가시키고 활성화를 유도하여, 근섬유의 재생과 성장을 촉진합니다(Snijders et al., 2009; Petrella et al., 2008).
다만 이러한 반응은 연령과 개인의 신체 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고령층에서는 고강도 저항성 운동이 부상의 위험과 부적응 가능성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Verdijk et al., 2014).
마이오카인 분비 증가
근력 운동은 근육에서 마이오카인의 분비를 촉진해, 근위성세포(satellite cells)를 활성화하여 골격근의 재생과 성장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대사·인지·면역 기능을 광범위하게 개선합니다(Boström et al., 2012; Reza et al., 2017).
텔로미어 보존
규칙적 근력 운동은 위성세포 텔로미어 길이의 과도한 단축을 억제하여 근육 손실을 완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관련 글 보기) (Arsenis et al., 2017; Ludlow et al., 2008).
유산소 운동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근감소증 관련 유산소 운동의 이점 (Mitchell et al., 2012)
• 단백질 합성과 성장에 관련된 유전자 발현을 촉진하고 근육분해 관련 유전자 발현을 억제함
• 운동-근 접합부 소실을 보호함
• 인슐린 저항성 개선으로 인슐린에 의한 단백질 분해 억제 작용 둔화를 예방함
하지만 유산소 운동만으로는 근력 및 근육량 유지에 필요한 기계적 부하(mechanical loading)가 충분하지 않으며, 특히 속근섬유(Type II fibers)의 위축을 막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Piasecki et al., 2016).
따라서 건강수명을 연장하고 근감소증을 예방하려면,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되 근력 운동을 주 2~3회 이상 반드시 포함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권장됩니다.
고령층의 근력운동 대안 전략
고령층 근력운동은 부상 위험과 순응도 문제를 고려해 개별화된 단계적 프로그램이 필수입니다 (Fragala et al., 2019).
머신이나 중량이 부담스러운 경우 탄력밴드, 체중부하 운동(스쿼트, 푸쉬업, 플랭크 등), 균형·협응력 개선 운동(예: 한 발 서기, 스텝업) 수중 운동 등 다양한 대안을 활용해 점진적으로 근육을 자극하고, 기능적 근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강도가 아니라 지속성”이며, 운동과 영양 전략을 병행하면 저강도 프로그램도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Tieland et al., 2018).
근감소증 예방을 위한 영양 전략
근감소증을 늦추기 위해 근력운동은 필수이지만,
운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단백질 섭취는 근육 재생과 유지의 연료이며, 운동 효과를 극대화하는 결정적 요소입니다.
왜 단백질이 중요한가?
노화가 진행되면 **근단백질 합성(anabolic response)**이 둔화됩니다.
단백질의 소화와 흡수가 변화하고, 단백질 대사 능력이 감소하는 이른바 anabolic resistance(동화 저항성) 때문에, 젊은 시절보다 더 많은 양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같은 효과를 얻습니다(Goes‐Santos et al., 2024).
얼마나 섭취해야 할까?
근육량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현재 권장되는 단백질 섭취량은 다음과 같습니다(Goes‐Santos et al., 2024)
일반 중장년층: 1.0–1.2 g/kg/일
만성질환자(사코페니아, 고혈압, 심부전 등): 1.2–1.5 g/kg/일 (단, 중증 신질환자는 고단백 섭취의 예외에 해당)
한 끼에 최소 25~30g 단백질을 고르게 분배 섭취
아침/점심에 더 많은 단백질 섭취를 하는 것이 근감소증 개선에 더 효과적임 (Smeuninx et al., 2020)
- 운동 직후 1~2시간 이내 단백질 보충 권장
무엇을 먹어야 할까?
아래 식품들은 우수한 단백질 공급원입니다:
달걀, 닭가슴살, 살코기
연어,고등어 등 지방이 풍부한 생선
두부콩류·렌틸콩
그릭요거트, 저지방 우유, 치즈
단백질 (아미노산) 보충제(필요 시) – 특히 유청 단백질(근력운동과 병행 시 효과적)
유청단백질이 근감소증을 개선하는 과학적 근거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유청 단백질을 1회 35g 또는 1회 20g씩 하루 2회 섭취하면서 저항성 운동(주 3회, 60분)을 16주간 시행하면, 섭취 시점(운동 전후)에 관계없이 근력과 기능적 능력이 유의하게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Mertz et al., 2021; Nabuco et al., 2018).
유청 단백질은 소화 속도가 빠르고, 다른 단백질에 비해 더 높은 혈중 아미노산 농도를 유발하기 때문에, 노인의 근육량 유지와 증가를 위한 표준 단백질 보충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단, 근력운동 없이 유청 단백질만 섭취하는 경우에는 근육량과 근력 개선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또한 평소 식사를 통해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고 있다면 추가 보충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당에 민감한 분은 제품에 유당이 포함되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반면, 콜라겐 단백질, 어류 단백질, 식물성 단백질 보충제의 근감소증 개선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결론 & 실천하기
근감소증은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닙니다.
근육 재생력과 대사, 면역, 인지 건강이 함께 무너지는 복합적인 악순환입니다.
이 고리를 끊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근력 운동과 올바른 영양입니다.
오늘부터 주 2~3회 근력 운동을 실천하고, 매 끼니 단백질 섭취를 점검해 보세요.
근육을 지키는 작은 실천이 결국 건강수명을 바꾸는 큰 힘이 됩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위한 것이며, 전문 의료 상담이나 진단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전체 면책 조항 보기